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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끝난 고3, 알바 전선에 뛰어들다


용돈이 부족하면 한 번쯤은 생각해 보게 되는 아르바이트.

사실 오래 전부터 아르바이트를 꿈꿔 왔지만, 학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시작할 엄두를 못 냈었습니다.


드디어 수능이 끝나고, 자유로운 '수능 끝난 고3'이 되었습니다.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 아르바이트를 찾아 구인사이트 사방팔방을 찾아 해맸지만, '수능 끝난 고3'을 찾는 구직공지는 찾기 힘들었습니다.

나이제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평일에 오후 5시가 되서야 수업이 끝난다는 시간적인 제약도 매우 컸습니다.


기다렸던 12월, 체험학습을 하라는 명목으로 약 10일간 자유로운 기간이 주어졌습니다.

단기알바를 구할 절호의 찬스라 생각했고, 구인사이트 사방을 찾아 열심히 해맸습니다.


그러던 중, 12월 5일 하루 동안 일할 아르바이트생을 찾는 구인 공고를 찾았습니다.

의류 창고에서 하차와 분류 작업을 하는 일이었습니다.

시급은 6천원을 조금 넘었고, 야간 연장 작업을 하면 시급은 8천원 대로 올라간다고 합니다.

괜찮다는 생각에 조심스래 전화를 걸었죠.


"저기... 혹시 97년생도 일할 수 있을까요?"

"음... 뭐, 일만 열심히 한다면야 ^^ 할 수 있죠~"


12월 5일 하루 종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는 알바인 줄 알았는데,

확인해 보니 오전 조와 오후 조가 나뉘어져 있다고 합니다.

일급을 1만원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오후 조에 참가하겠다는 말씀을 전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아침잠을 즐기고 있었는데, 급히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고글씨, 안녕하세요? 죄송하지만 아침 조에 빈 자리가 하나 났는데 ㅎㅎ... 혹시 지금 바로 와 주실 수 있으신가요?"


망설일 게 뭐가 있었겠습니까. 아침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한다면 약 8만 5천원의 일급을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옷을 하차하고 분류하는 작업인데, 뭐 옷이 얼마나 무겁겠어 ㅎㅎ 별로 안 힘들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바로 가겠다는 말씀을 전하고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도착해 담당자분을 만나뵙고, 바로 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창고에는 옷이 잔뜩 걸려 있었고, 상자 또한 수도 없이 많이 쌓여있었습니다.

저는 그 창고의 가장 안쪽에 배정받게 되었습니다.


쉽지만 힘든 작업. 정신 없이 일하다 보니 아픔도 못 느껴...




가득히 쌓여 있는 상자들, 그리고 위로는 잔뜩 걸려 있는 옷들. 

환기가 안 되는 창고 안인데다가 상자들에서 먼지까지 날리는 바람에, 작업 환경은 그리 좋지 않았다.




진행되는 업무의 순서는 간단했습니다.


우선, 접혀 있는 상자들을 펴 직사각형의 상자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자 안에 옷을 넣고, 테이프를 붙여 육면체의 상자를 완성했습니다.

그 상자 안에 들어간 제품에 알맞는 스티커를 상자 옆면의 지정된 위치에 붙여주고, 창고의 한 구석에 쌓았습니다.

이후에는 그 상자에 송장을 붙이고, 운반해 파렛트 위에 쌓아 주면 됐습니다.

오후 시간대에 일할 때에는, 상자를 완성하자마자 바로 송장을 붙이고, 파렛트 위에 쌓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잡개라고 불리는 기계를 가져와 파렛트의 사이 틈에 두 개의 집개를 넣어 들어 올리고,

화물용 엘리베이터로 이동시켜 아랫층으로 운반했습니다.


그러면 도착한 탑차에 오후에 상차를 하여, 물류센터로 이동되도록 돕는 업무였습니다.





출처 : http://www.hanilpacking.com/main/pallet_6.asp

이것이 파렛트라 불린다는 것을 알바 당일 처음 알았습니다.



물론 저 업무를 한 번에 다 하지는 않았습니다 ㅎㅎ

때로는 상자를 만들고, 어떨 때는 파렛트 위에 짐을 쌓기도 하고, 어떨 때는 쌓여 있는 옷에서 알맞는 사이즈를 찾아 행어(긴 옷걸이 봉)에 거는 역할을 맡기도 했습니다.

업무는 상당히 유동적이었으나, 아쉽게도(?) 상차와 하차를 경험해보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택배 승하차 알바를 해 보고 의류 상차 업무와 비교해 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해 조금 아쉬웠네요 ㅠ



업무에 처음 투입되었을 때는 상당히 버벅거리며 잘 하지 못했는데, 익숙해지니 쉽고 빠르게 해 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점심식사를 하고 업무를 시작하자, 아침 조와는 다르게 쉬는 시간을 따로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에 쉴 생각 없이 정신 없이 일했는데, 그러자 오후 5시쯤 되자 정신이 멍해지더군요 ㅠㅠ


창고라는 환경에서 먼지가 많이 나는 저질 상자를 다루다 보니 먼지가 많이 났습니다.

옆의 편의점에서 황사용 마스크를 사 와 끼고 일을 했는데, 안경을 쓰다 보니 김이 많이 서려 앞이 잘 보이지 않더군요...

그 상황에서 정신까지 멍해지자 살짝 지옥이었습니다...


업무가 오후 6시 30분 쯤에 예상 외로 끝났습니다.

일급은 5만원을 조금 넘는 금액. 최저시급도 넘겼고, 약속했던 시급도 제대로 받았는데, 왜인지 아프고 지친 몸에 비해 약간 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옷을 옮기는 걸 우습게 봤지만... 몸이 얼마나 지치던지요.

마치 저온화상을 입는 느낌이었습니다.

낮은 온도라도 충분히 뜨겁다면 오래 노출될 경우 저온화상을 입게 되죠.

상자 하나 하나의 무게는 그리 무겁지 않았습니다. 옷도 마찬가지죠.

그러나, 그 상자를 수백 개씩 만들고 옮기다 보면, 서서히 몸이 지쳐가죠...

웬걸, 그 옷 하나 들어있는 상자를 올리는데 팔이 왜 이리 후들거리던지 모릅니다.

한 두 개를 올리라면 거뜬히 올릴 저. 그 상자를 몇백 개씩 들고 올리다 보니, 팔이 힘들다며 비명을 질러댔습니다.


결국 창고를 나서 집으로 가기 시작하자, 점심시간 외에는 앉질 못했던 탓에 다리에서부터 고통이 올라왔습니다.

집에 도착해 뻗었고, 온 몸의 진통은 다음날인 오늘까지도 이어졌습니다.

침대에 누워 푹 쉬고 잠을 잤건만, 진통은 쉽게 풀리질 않았습니다. 근육이완제와 진통제를 먹어도 고통은 잘 가시질 않았습니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의류 분류작업도 이리 힘든데, 택배 상하차는 얼마나 힘들까요 ㄷㄷㄷ



가벼운 '옷'을 날라 '상대적'으로는 편한 일. 다만, 목이 답답해지는 먼지와 짠 시급은 아쉬운 점.


쇼핑몰 의류창고 아르바이트의 장점과 단점을 간략히 적어보겠습니다.



장점



◆'쇼핑몰'의류창고여서 그런지 친절합니다. 정직원분들의 대우가 좋은 편이며, 욕을 듣거나 홀대를 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임금을 체불하지도 않았습니다.


◆직업소개소를 경유하지 않은 구인 공고여서 그런지, 소개비로 임금을 떼이지 않고 확실히 지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무거운 짐을 나르는 택배승하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옷을 나르는 일인 만큼 훨씬 편합니다.


◆무료로 제공되는 식사가 맛있었습니다. 밥을 맛있게 먹어야 일할 힘이 나죠 ㅎㅎ



단점



상자에서 떨어져 나오는 먼지들에 목이 답답했습니다. 마스크를 쓰면 좀 나았지만 말이죠.


◆아무래도 시급이 짭니다. 택배승하차 시급에 비해서는 많겠지만 말이죠. 6천원을 조금 넘는 시급이 아쉬웠습니다.


◆입식 업무여서 다리가 많이 아픕니다.



다음에 또 알바를 하게 된다면, 또 후기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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