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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 Kong 2017.01.10
고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은 솔로셨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솔로이신 걸 직감으로 알아챘다고 말해야 하나?
직감일 뿐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뭐라 말 들을지도 모르겠다만, 그래도 프로필 사진에 여행 풍경 사진만 가득하고, 기혼이시라는 이야기는 1년 내내 들어본 적도 없으면 나름 확실하지 않은가.
무엇보다, 퇴근길에는 항상 뚜벅이셨다. 누군가 태우러 오는 걸 본 적도 없었고, 항상 학교 앞의 버스를 타고 멀리로 퇴근하시는 듯 하였다.
그 사실은 선생님이 솔로이시라는 걸 확실하게 느끼게 만드는 이유이자 약간의 의문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멀리서 출퇴근 하신다고 하셨는데, 나름 안정적인 수입을 갖고 계시면 차 한 대쯤은 몰고 다니실 만 하지 않나?
아마 수입을 착실히 모으셔서 방학 중에는 해외로 휙 떠나버리시는 듯 하였다. 프로필 사진에는 해외여행 사진이 가득하였으니까.
하긴, 만약 차를 몰고 다니셨다면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자금을 모으기에 다소 벅차리란 생각이 이따금씩 떠올랐다.
그런 생각을 대학교에 입학해서까지 가지고 있었다면 난 아마 부모님의 똥차를 그렇게 신나라 몰고 다니지는 않았을 터.
대외활동에 장학금이며 해서 이것저것 받아 모아놨던 1학년 말의 200만원은 차량 유지비와 흥청망청한 소비로 몇 십 만원씩 줄어만 갔다.
200만원은 주식으로 묻어져 있었다. LG전자를 4만 5천원에, SK 하이닉스를 5만원대에 매수해 꽤나 많이 가지고 있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기가 다 찬다.부족한 통장 사정에 약간의 차익에 자기위로를 하며 조금씩 조금씩 매도하였으니, 기회비용까지 따지면 얼마랴.
무엇보다도 너무나 아쉬운 것은 당시 미국 여행의 기회를 놓쳐버린 것.
뉴욕행 비행기 예매를 물타기하다 십 만원 가량 올라버린 가격에 아까워 기회를 미뤄버렸는데... 하긴, 기회도 놓치고 돈도 잃을 줄 그때는 알았겠는가.
그렇게 별 생각 없이 겨울방학 아르바이트 시작을 기다리고 있던 나를 조용히 부르신 것은 어머니와 아버지셨다.
겨울 방학을 그렇게 보낼거냐? 보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오라고 하셨고, 어디를 가고 싶냐는 질문에 홍콩을 답했다.
단방에 마카오행 티웨이 항공권과 숙소를 예매해 주신 부모님은, 궁핍하게 다니지 말라시며 몇십만원을 통장에 더 넣어주셨다.
당시 앞두고 있던 컴활 시험비까지 날려가며 밤을 새 일정표를 짜던 나는, 어느 새 홀로 마카오행 비행기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ICN 2017.01.08
3박 5일의 일정표의 1일차와 2일차는 빼곡했으나, 3일차부터는 공백이었다. 돈 좀 아끼겠다고 홍콩의 골방 Dorm에 숙소를 잡았더니, 어느 순간 미칠 듯한 향수병과 외로움에 반나절을 숙소에 쳐박혀 있기도 했다. 제대로 뜨지도 않는 오프라인 지도 하나 들고 마카오 골목을 헤매면서, 소 우(牛) 한자 하나에 뭔지도 모를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돌아다녔던 나는 미친 청춘이었다. 포르투갈어를 겨우겨우 읽어가며 공항행 버스를 겨우 탔으니 말을 다했지. 하지만 여행은 값졌고, 홍콩 땅을 밟아 나의 시야를 넓혔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는 엄청났다.
왜 홍콩여행의 의미가 엄청났냐고? 나도 몰랐지. 당시에는 그 여행이 내 1학년 겨울방학의 작은 추억이자, 내 시야를 넓히는 해외여행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1년 만에 그 홍콩여행의 새로운 의미를 찾을 줄은... 이전까지는 몰랐다.
암튼, 귀국 후 바쁜 학교생활을 하던 동아리 활동과 학과 공부를 병행하느라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그 과정에서 두 명의 여자애를 만났고, 복잡한 관계를 거쳐 좋지 못한 결말을 보고야 말았다. 하필이면 사건이 시험기간과 겹처버리는 바람에 시험 성적은 사상 최악이었다.
이쯤 되니 멘탈은 갈리고 썰리고 난리 트위스트를 쳐 버렸으니, 마치 슈니발렌을 망치로 마구 치듯 쿠크다스를 주먹으로 마구마구 내리쳐서 아주 가루가루를 내놔버린 상황이 되어버렸다. 멘탈은 아주 아작나고 인생은 재미가 없고, 도대체 왜 사는건지 아주 돌아버릴 지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다행히도 긍정의 힘은 가루가루까지는 아니고 약간의 덩어리로 남아 조각조각으로 나뉜 상태였기에, 그 긍정의 힘으로 인생의 목표를 찾아, 나를 찾아 마음 속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게 뭘까? 그 목표를 기둥으로 삼아 조각난 멘탈을 하나 하나 맞춰가기 시작한 것이다. 로스쿨을 갈까? 그래도 성적을 복구하면 희망이 보인다! 로스쿨은 학벌이 중요하니 편입을 목표로 하자! 나중에 행시나 볼까? 아니 그러면 편입할 필요가 없잖아... 그냥 사기업 가? 금방 잘린다던데... 공기업은 너무 연공주의가 심해 노잼이다... 하...
멘탈을 맞추면서 느꼈던 것은, 인생의 기둥이 분명치 않으니 가루가루난 멘탈을 복구하기가 너무나 힘이 들었다는 점이다. 너무나도 앞길에 있어 걱정은 많이 되고 도대체 뭘 하면서 살아야 할지, 인생의 낙은 무엇인지 모르겠고! 가루가루나버린 멘탈을 다시 살리기에는 너무나도 힘이 들었다.
@Hong Kong 2017.01.10
그 때 뇌리를 스쳐 지나간 것이 바로 해외직장이었다. 부모님, 특히 아버지가 자주 하셨던 말씀이 함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ㅇㅇ야! 꼭 한국에서만 할 거 있냐! 해외로 나가라! 작년 동창회는 뉴욕에서, 내년 송별회는 핀란드에서 하는 그런 삶! 얼마나 멋지냐?"
그때였을까? 꼭 내 미래의 답은 한국에만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걸! 그리고 오히려 해외로 나가 생활하며 글로벌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지 말이다!
그와 함께 생각난 것이 홍콩이다. 홍콩의 증권가를 돌아보며 Central 지역의 한가로움과 여유로움이 취했던 나는, 내 미래의 인턴생활을 홍콩에서 할 수 있다면 정말정말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보다 높은 꿈을 꾸자면 뉴욕이나 런던과 같은 서양권으로 떠나고 싶지만! 그래도 홍콩을 한 번 갔다왔던 이로서 마치 내 자신이 홍콩에 있는 듯한 상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곳에서의 삶이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인생의 기둥을 세우자 가루가루나버린 멘탈을 다시 살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물론 이 기둥이 완전하리라고는 장담을 못하겠다. 언젠간 이 기둥에 회의감을 느끼고 인생의 목표를 바꿀 수도 있겠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기둥이 예전의 기둥보다는 훨씬 튼튼하고 멋지다는 것이다!
내가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을 수 있는 것은 무엇에서 기원한 것일까? 부모님의 조언? 내 진실된 마음 속으로 떠난 고찰의 여행? 다 맞는 말이지만, 홍콩에서의 3박 5일의 경험 또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보다 넓은 세상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은 것. 그리고 그 세상에서 사는 것이 나쁘지 않으리라는 걸 깨달았다는 점. 넓은 시야를 가졌다는 것! 그것은 내 진정한 '인생 기둥'을 찾는 데 큰 도움을 준 견해와 식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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