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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는 아직 글을 쓰지 않았지만, 사실 정기적으로 두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하던 GS25 편의점 주간아르바이트,

그리고 매주 일요일마다 하던 과외 아르바이트...


편의점 알바로 한 달에 약 20만원,

과외 알바로 한 달에 약 25만원,

꽤나 짭짤한 수익이었지만, 이틀만에 두 개의 아르바이트를 모두 때려칠 결심을 하게 되다니... 놀랍네요.


우선 편의점 알바.

최저시급도 주십니다. 근무조건도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찾아오는 손님들을 응대하는 일은, 꽤나 머리 아픈 일이었습니다...

편의점 알바를 때려칠 결정적 동기를 주신 한 할아부지.

찡그린 얼굴로 카드를 내려놓고 담배 가판대를 가리키며 하시던 말씀.


"담배!"

어떤 담배 드릴지 여쭤보니, 손가락 하나를 들어올리시며


"저거!"


화나도 웃으려고 노력하며 

"이거 드릴까요" 라고 말씀드리니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하시는 말씀


"아니! 그거 말고 저거!"


자 하나를 들어

손가락과 가판대를 연결해보고 싶었건만

꾹 참고 다른 담배 하나를 꺼냈습니다.


"어, 그 위"


그 위라는 말씀에

꺼내든 담배를 집어넣고, 위에 있는 담배를 꺼내봅니다.


"아아니!! 그 위에 있는 카드로 해 달라고!!"


포스기에 잠시 올려놨던 카드를 의미하셨던 거였습니다.


내가 센스가 없었던걸까...

저로서도 분명히 않은 발음과 모호한 표현에 답답한 마음에

얼굴은 점점 굳어만 갑니다.


그 와중에 두 갑이라는 말씀을 들었던 것 같아, 

맞는 담배 두 갑을 꺼내며 두 갑 맞으시냐고 되묻습니다.


"하.... 아니 한 갑만 달라고."


손은 점점 떨려만 가고

분명히 않은 발음 탓일까

가끔 나도 의심가는 청력 탓일까

답답해집니다.


담배를 계산해드리자 맞게 계산했는지 확인해봐야겠다며

영수증을 뽑아달라며 호통치시더니

만약 술을 먹었어도 그러면 안 되는 거라며 한동안 잔소리를 늘어놓으시며 저를 노려보시더니 나가버리십니다.


술을 먹지는 않았건만

답답한 마음에 머리를 쥐어싸맵니다.


한 두번이 아닙니다.


멤버쉽 달라고 여쭈니 아무 말도 없으신 손님

물건을 계산대 위에 던지시는 분부터

카드를 집어던지고, 담배 못 찾는다며 화 내는 손님까지


택배 접수 도와달라고, 접수 다 하니 포장지 어딨냐고, 계산하는 거 다 보면서도 징징거리시던 아줌마

바빠서 응대를 못 해드리니

착각이었을까요? 나갈 때 얼굴 쳐다보며 빈정거리듯 고맙다고 말하고 나가시던 그 분.


라면을 잔뜩 처먹고 스프와 국물, 면발을 다 흘리고 컵은 내팽개쳐두고 나가던 그 초글링부터

택배 수거 한 발 늦었다고 괜히 나한테 신경질부리던 아줌마.


물론 좋으신 분도 많았습니다.

수고하라며, 잘 있으라며 인사를 건네고 가시던 분부터

밝게 웃으며 고개까지 숙여가시며 인사주시던 그 분들

실수를 해도 웃으며 잘 하라며 말씀해주시던 점장님까지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편의점 알바는 도저히 못해먹겠다는 생각에

점장님께 그만두겠다는 문자를 드렸습니다.




과외는 왜 때려치냐고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 모의고사와 수능 국어 성적이 뛰어나긴 했지만, 남을 가르치려니 여간 힘들고 부담스러운 게 아니더군요.

사실 현역으로 대학을 오며 봤던 수능 국어점수는 97점으로, 당시 백분위 99의 성적이었습니다. 고3 모의고사에서도 거의 1등급을 받아왔고요.

하지만, 부족한 고2 학생 하나를 짊어지고 가는 이 부담감에, 6월 되어 많이 잊고 기억도 안 나는 국어를 복습까지 해 가며 가르치자니

고3시절 받은 점수는 우수할지 모르지만, 지금 나의 국어에 대한 역량이, 그것도 한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이, 이전과 같을까라는 의문감만 늘어갑니다.


아버지께서 호통을 치시더군요.

너가 직접 다시 공부해야 할 정도로 과목을 가르치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그만두라고 말입니다.

3번 정도 과외를 했다고 말씀드리니, 과외비를 환불해드리고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그만두라고 하시덥니다.


들어보니 맞는 말씀입니다.

날로 먹는 대학생 과외라며 꿀알바라 칭송하는 대학생들도 있지만, 아버지 말씀을 들어보니 차마 날로 먹을 수는 없었습니다.

물론 시작할 때 날로 먹을 생각이 있던 건 아니지만, 알바를 시작하고 계속 생각해보니

'내게 남에게 국어를 돈까지 받아가며 가르칠 실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단호히 '아니오'였습니다.




결론은 두 아르바이트를 때려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 탓에, 다른 하나는 제 능력에 대한 과분한 대우였습니다.



수익원이 끊긴다니 한숨이 나옵니다.

한 달에 45만원이 적게 들어온다는 게, 대학생으로서 가볍게 여길 일은 절대로 아닐 겁니다.

아버지께서는 용돈을 아껴쓰고 필요하면 더 요구하라고 말씀하셨지만... 글쎄요 그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도 있지만, 경제적인 독립을 추구해보자는 저의 욕심도 한몫합니다.


결론은 여름방학에 할 아르바이트를 찾아보는 걸로 귀결됐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필요하다면 결국에는 다시 시작해야만 하겠더군요.

물론 그곳 말고 다른 곳에서 말입니다.

일하면서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어느 곳이나 비슷하겠지만, 여름방학에는 일주일에 좀 더 많이, 집에서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일해야겠습니다.

과외는... 앞으로는 안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전공하는 경제학에 관한 거라면 몰라도 말이죠.

물론 그것도 경제학을 깊게 배운 다음의 일이겠습니다.



대학 와서 이런저런 경험 참 많이 하네요.

과외 아르바이트 후기글은 마지막 수업을 마친 날인 내일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GS25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배운 것이 많습니다. GS25 편의점 팁글은 이주일즈음 뒤까지 쓰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아는 건 많은데, 그걸 설명하려면 알바하며 POS기 사진을 찍어야 해서요 ㅠ



그나저나 과외비 25만원 내일 환불해드리고 나면 통장잔고가 정말 얼마 안 남네요.

약 한 달간 일하며 저번달에 받았던 알바비는 다 어디로 간 걸까요.

지출항목도 미스터리입니다. 지금 쓰는 가계부를 꾸준히 쓰다 보면 답이 나오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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