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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왜 가는가?

여행을 준비할 때는 이걸 잊어서는 안 된다.


 난 이 여행을 왜 가는거지? 를 잊어서는 안 된다.

나는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군입대전 미국을 느끼고 싶어서 동부여행을 계획했다.

아무래도 일정이 짧다보니 돈을 좀 쓰더라도 알차게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일정을 짜다 보면 돈이 아까워서 여러 방안을 찾아보기도 하고, 여행 일정이 짧다보니 빡세게 일정을 잡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면 본래의 의도를 잊게 된다.

최악의 경우, 여행 계획을 짜는 게 허리띠 졸라매는 게 되어버린다거나, 혹은 마치 미션을 수행하듯 이곳에 발도장을 찍어야겠다는 걸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다.


 난 그런 실수를 홍마 여행에서 경험했다.

쉽게 갈 수 없는 곳인 만큼 하고 싶은 거 즐기고 먹고 싶은 거 먹었어야 했는데, 돈 아낀다고 먹을까 말까 고민하면서 여행을 했으니... 여행을 가는 목적을 잊은 셈이다. '5일 여행 동안 돈 최소한으로 쓰는 방법' 따위를 알아보려고 홍마 여행을 간 게 아닌 데 말이지!



 이번 미국 여행에서도 그런 과오를 범할 뻔 했다.

돈 아낀다고 무리해가면서 야간버스 무박을 연속해서 감행한다던지 말이다...

다행히 정신을 차려서 그래도 계획 잘 짜고 있다 싶었는데... 이번 나이아가라 계획을 갑자기 생각하면서 순간적으로 우를 범했다.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에는 버팔로 공항이 있어서 비행기를 타고 접근하는 것이 편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면 공항에서 폭포까지의 대중교통 수단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택시를 알아봤는데 나이아가라 폭포 -> 버팔로 공항 편도가 $85 정도로 비싸고, 우버는 $35 정도로 저렴했다.

하지만 겨울의 나이아가라 폭포는 비수기 시즌이다보니 공항으로 돌아올 때 우버가 잘 잡힐지가 의문이었다.

아무래도 렌트에 마음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만 20세다 보니 렌트를 하게 되면 우버보다 좀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기름값 제외 약 $90).


 그렇다면 렌트에 대한 마음을 접고 우버를 타고, 정 안 잡힌다 하면 택시를 탈 각오를 하는 것이 나을 터였다.

아무리 비수기라도 낮 시간대에 우버가 아예 안 잡힐 가능성은 적고, 특히나 눈이 많이 오는 나이아가라 폭포 지역의 특징상 운전이 많이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타국인데 눈길 운전을, 그것도 렌터카로 하다니! 많이 위험한 상황.

마음 편하게 우버를 타고 왔다갔다하고, 정 아니다 싶으면 택시를 잡고 주변의 관광객과 합승을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런데 스물스물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렌트하면 우버보다 좀 더 비싸다고? 그러면 그만큼 뽕을 뽑기 위해서 더 돌아다닐까?'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에 대중교통 접근이 힘든 곳이 있나? 렌트도 한 김에 거기도 가면 차액 뽕 뽑는 거 아닌가?'


 미친! 갑자기 이런 생각이 스물스물 들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생각이 흘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나이아가라 폭포로 떨어지듯이, 렌트를 해서 어떻게는 뽕을 뽑자는 생각으로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자가용으로 갈 수 있는 관광지를 검색하기 시작했똬아아...!!

그러다보니 뽕을 뽑기 위해서 아예 뉴욕시에서 렌트를 해서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가자는 생각까지...(참고로 편도 6시간이다, 미친 지금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돋네)

렌트를 해서 동행을 구해서 뉴욕시에서 새벽에 출발하자는... 그런 생각까지 순식간에 흘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미친 생각이지. 앞서 말했다싶이 짧은 일정이니 돈을 좀 더 쓰더라도 효율적으로 다니는 게 최선이다.

그런데 뱅기로 1시간 30분?이면 갈 거리를 운전해서 6시간동안 왔다갔다하겠다니... 도대체 이 미친 생각은 어디서 근원한 것인가?


 다행히 정신을 차렸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제대로 주객전도 될 뻔 했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가기 위해 렌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렌트를 하기 위해 나이아가라 폭포를 가는 듯한 그런 모습으로...

여행 계획을 짤 때는 이런 미친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



 여행카페 글을 찾아보니 이런 주객전도에 빠지는 경우가 나뿐만은 아닌 것 같다.

돈을 아끼겠다고 18시간? 12시간? 을 운전해서 가겠다느니...

딴 사람들이 차라리 비행기 타거나 버스 타라고 뜯어말려도 나는 무조건 운전을 하겠다느니...

그런 사람들은 렌트가 여행지 접근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단순히 목적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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