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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쓴 소리를 해서 미안하다.

혹시 드림카를 그리는 20살이라면, 글의 첫마디부터 당신의 꿈을 직빵으로 깨부셔서 미안하다.


하지만 꽤나 오랫동안 부모님의 차를 '사실상' 소유하며 몰고 다녔던 20살의 입장에서 FACT를 말하자면

당신이 지금 차를 사는 순간, 돈 모으기는 이미 글렀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부모님이 몹시 부유하시거나, 이른 나이에 큰 수입원을 찾은 또래라면 번외겠지만 말이다.



왜냐고?

지금부터 찬찬히 말해주겠다.



우선, 당연하게도 차가 필요하다.

다나* 자동차, 보배드*, S*엔카 등에서 자동차를 검색해봐라.

S*엔카에서 100만원 이하의 자동차를 검색해보면

연식 있는 차들 중 사고가 많이 난 차량이나 혹은 주행거리가 20만km 혹은 그 이상을 바라보는 차들이 검색된다.


눈을 좀 돌려서 중*나라 등에 접속해 보자. 혹은 네이* 카페에 '라세티', '구아방' 등의 연식 있는 차들을 검색해 보자.

차들이 주르르 나오지만 사방팔방에 생채기가 난 폐차해도 무방한 차들이 검색된다.

너가 그나마 부담 안 되게 살 수 있는 차들이다. 사서 깐지는 기대하지 말자.


혹시 이 나이에 몇 백만원의 거금을 차를 사는 데 지출할 것인가?

할부로 한다 치자. 대딩이라면 직장은 없을 테고, 캐피탈에서 중고차 대출 할부 받으면 이자는 기본 두 자릿수다.

중고차는 할부로 사는 게 아니라는 말이 정석이다.



어찌해서 차를 샀다. 취득세 등은 차값에 포함됐다 치자...

제대로 탈 거면 정비를 해야 한다. 남이 타던 차 그냥 탈건가? 가다가 멈추면 어쩌려고


정비소에 맡겼더니, 일단 공임(일명 품삯)도 장난이 아니다.

공임 외에 기본적으로 엔진오일 미션오일도 상태 별로면 갈아야 하고 워셔액도 부족하면 넣어야지

타이어 마모됐으면 타이어도 갈아야 한다. 빗길에서 달리다 미끄러지면 너만 죽는다.

정비하면 정비사가 이게이게 오래됬네요 망가졌네요 벨트 가셔야 해요 이렇게 저렇게 해서

뭐 갈다보면 10만원 우습게 깨진다.



그냥 탈 수도 있겠다만...

그래도 보험은 들어야 한다.


삼*보험 다이렉트로 자동차 보험 조회해보면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만 해도 1년에 100여만원을 훌쩍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데 그걸로도 부족하다.

종합보험을 들어야 하는데

사람을 치거나 했을 때 필요한 대인 보험, 자동차 등 망가뜨렸을 때 필요한 대물 보험,

너도 다쳤을 테니 네 몸 아플 때 필요한 자손 보험, 네 차 망가졌으면 그것도 고쳐야 하니 자차 보험,

기타 이것저것 특약 할인 합쳐서 계산해보면 1년에 네 나이면 400만원 넘게 나온다.


자차(네 차 고치는 보험) 빼도 300만원 후반에서 400만원 초이다.

참고로 할인 안 받으면 600이다.

왜냐면 너네 나이 때 사고가 겁나 많이 일어나서 보험사가 그리 받는 거다.

보험 안 들고 타다가 롤스로이드 아우디 벤츠 박으면 난 모르는 일이다.


부모님 이름 아래로 넣으면 좀 싸다(가족보험)

하지만 그래도 100만원은 넘는다(1년에)

나라면 1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 갈련다(진짜)



보험 들고 차 몰고 나가려는데, 어 기름이 없단다.

다들 알겠지만 기름도 넣어야 한다.

중고차 연비 별로 안 나온다. 차가 오래되서;

휘발유 1L에 11km 간다 치면... 요즘 1L에 1,500원 정도 한다.

만땅 하면 45L 들어가나? 가득 채우면 한 6만 5천원 정도 나오겠다.

45L 넣으면 500Km 정도 가는데

춘천 가면 거리가 100Km 정도 나오니

너가 춘천 놀러 차 몰고 세 번 왕복도 못하는 기름이다(너가 서울 수도권 산다는 가정하에).



미안하지만 그래도 끝이 아니다.


차 사고 블박도 너가 사서 달 거 아닌가? 요즘 블박 없음 덤탱이 오지게 쓴다.

하이패스 기계 없으면 너가 사야한다. 싼 거 중고로 사도 몇 만원이다.

핸드폰 충전하려면 시가잭에 차량용 충전기도 껴 줘야 하지. 

이런 주변기기 비용도 무시 못한다.


자네 아파트 사는가?

아파트에서도 주차비 내는 거 아는가?

자네 집에 차가 두 대 있는데 너가 차 사서 세 대가 되면

관리비에도 가산된다. 물론 이것도 네 몫


이제 얼추 다 된 것 같다.

차 몰고 집을 나오니 기분이 좋아서 이곳저곳 다녀봤다. 

그런데 핸들이 우측으로 쏠리네?

수리점 가 보니 못이 타이어에 박혀서 펑크가 나 버렸단다.

수리하러 가서 펑크 때우기만 해도 1만원이다.

타이어 갈면 더 비싸겠지.

기본적인 수리(펑크 때우기, 규칙적인 차량 정비) 비용도 규칙적으로 지갑에서 빠져나간다.

중고차는 이걸로 나가는 돈만 해도 만만치 않다.


그것 말고 도심에 차 몰고 나가면 주차도 해야 한다.

도심에서 주차비? 1시간에 2천원 우습다. 3천원, 4천원 하는 곳도 있다.

너가 차 세워놓고 여친이랑 5시간 데이트 하면 저렴해도 1만원이다.


주차비가 아까워 잠깐 길에 차 세워놓고 은행 들어가서 일 보고 왔다.

그런데 그 사이에 단속원이 와서 딱지 붙여놓고 갔네?

그러면 못해도 32,000원이다. 세 번 걸리면 10만원이다.

안 내고 버티면 40,000원으로 오른다. 계속 안 내면 가산되서 쭉쭉 올라간다.


주차비가 짜증나서 여친이랑 차 타고 춘천으로 쐈다.

경춘고속도로 끝에서 끝까지 한 번 타면 5천원이다 ㅎㅎ

왕복이면 1만원. 톨비도 쑥쑥 나가는 거 우습다.


이곳저곳 다니니 차가 더러워지네?

세차 해 보고 싶어서 세차용품 장만 해 봤다. 일단 몇 만원 깨지고.

손세차 한 번 하면 한 번에 6천원 정도 깨진다. 물론 너가 기름 넣고 자동세차 돌리면 이 돈은 안 나가겠지만...


아이고 돈 나가는 거 우습다.

지갑이 텅텅 비는 게 느껴지는지?

이것도 끝이 아니다.

너 세금도 내야 한다(자동차세).

이것도 만만치 않다.



내가 아는 것과 경험해 본 건 우선 여기까지...

차 사고 기름 넣으면 끝인 줄 알았겠지만, 그 이외에 들어가는 돈만 해도 만만치 않다.

유지보수비를 꼼꼼히 계산해 본 적 있는지? 꾸준히 나가는 유지비만 해도 만만찮은데 할부를 했다고? 네 용돈과 월급과는 작별 인사를 하자~


내 경험을 짧게 한 번 적어보겠다.

나 같은 경우에는 보험 적용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서 하루 이틀씩 원데이 보험을 들곤 했다. 이거 한 번 들면 하루에 7천원.

자동차 연료 보조도 받았지만 내 돈으로 충전한 적도 많다. 아까워서 1~2만원어치만 넣었는데 그것도 금방 쓰더라.

춘천 놀러갈 땐 톨비가 아까워 국도로 달렸다. 한 번은 민자 탔더니 톨비로만 편도 5천원이 깨지더라. 고속도로 탔다고 국밥 한 번 못 먹는 셈.

술 먹으러 가서 상가 옆에 세워놨었다. 하루 있다가 술 깨고 나서 차 찾으러 갔다. 얼마 뒤 또 과태료 고지서가 날라온다. 3만 2천원 깨졌다. 홍대입구 가서 골목에 주차했다가 누가 신고해서 걸렸다. 3만 2천원 또 깨졌다. 

도심에 주차 조금 했다고 5천원, 6천원, 1만원. 멋도 모르고 장기주차했다가 2만원 등등... 주차비도 꽤 냈다.


손세차 했더니 그것도 돈이더라. 물 3분 뿌리는 데 2천 5백원이다. 차에 펑크 나서 때웠더니 1만원이다.


난 차 타고 다니면 시간 절약할 줄 알았다. 대중교통 안 되는 곳이면 모르겠다면 서울 시내에서는 차가 거북이랑 다름없다.




옛날에는 어딜 가든 차와 함께했다.

편했다. 더울 땐 에어컨이, 추울 땐 히터가 나왔고

정체구간일지라도 라디오를 들으며 앉아있으면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 편안함에 비해서는 돈이 너무 아까웠다. 유지비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톨비와 주차비가 너무 아까웠고 싼 주차장을 찾다 보면 10분 20분이 그냥 흘러가버려 대중교통 타는 것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

주차장 찾기 힘들어 대충 주차했다 물 먹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요즘은 그래서 차를 조금 멀리한다. 타는 순간 돈이 나가고 시간을 크게 아끼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정말 주차를 확실히 할 수 있고, 차를 타는 게 대중교통보다 시간과 비용 면에서 절약된다고 생각될 때에만 부모님께 부탁해 타고 다닌다.


그렇지만 나는 참 운이 좋은 편이다.

유지비가 만만찮다는 걸 깨달은 순간 차를 멀리할 수 있었지만

만약 차를 샀거나, 혹은 할부로 갚아나가는 중이라면, 차는 탈 수도, 팔아버릴 수도 없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솔직히 좋은 차를 타고 여행을 가거나 여친과 데이트를 가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건 요즘 세상에 카셰어링 등으로 충분한 듯 하다.

내가 차를 갖는 건 충-분한 수입이 생긴 시점이 아닐까 싶다.


차를 타고 다니며 모아놓은 돈도 다소 썼다.

정말 차는 돈을 잡아먹는 존재라는 걸 어린 나이에 크게 깨달은 듯 싶다.

부디 내 또래들은 섣불리 차를 사거나 할부로 외제차를 질렀다가 몇 년 뒤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 걸 사 먹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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